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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엔드 오브 타임 part4 [정보와 생명 : 구조체에서 생명으로]

by Utnapishtim 2023.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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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4. 정보와 생명 : 구조체에서 생명으로

1943년 슈뢰딩거는 더블린 고등과학연구소에서 공개 강연 시리즈를 진행했고 이 강연 내용을 토대로 다음 해에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의 슈뢰딩거 목적은 "살아있는 생명체의 신체적 경계 안에서 일어나는 시공간의 사건을 물리학과 화학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였다. 쉽게 풀어쓰면 물질적 구성이 같은 돌멩이와 토끼가 있다고 있다고 해보자. 이 둘을 구성하는 분자, 원자와 전자의 물리적, 화학적 거동은 동일하다. 이 둘은 어떻게 왜 다른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함이었다. 이것이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의 질문 스타일이고 이는 환원주의 사조이다. 이는 복잡한 현상을 단순하고 세분화된 하부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통섭적 설명을 하려는 개념이다. 우리들이 생명과 무생물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다. 이 깊은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선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수집하여 다양한 각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전한다. 환원주의건 그 반대 개념인 창발주의건 수학적이건 비유적이건 과학적이건 시적이건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면 이해도 그만큼 깊어지는 법이라고 한다.  

전통적인 과학의 장에선 물리학은 기본 입자들의 운동과 이들의 다양한 결합을 설명하고, 화학은 원자와 분자들의 상호작용 및 다양한 결합을 다루고, 생물학은 분자 단위에서 창조되는 생명 현상을 다룬다. 각각의 분야는 크기 단위 척도 만으로 과학을 분류해도 큰 문제는 없지만 최근 수준 높은 연구가 수행되면서 각 분야들 사이의 교차점이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과학은 국경을 사이에 둔 국가들처럼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집합체였던 것이다. 특히 생명체에서 지적 생명체로 관심을 돌리면 여러 분야들(언어, 문학, 철학, 역사, 예술, 신화, 종교, 심리학 등)이 새로운 핵심 요소로 부각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무리 수준 높은 이야기라해도 환원주의적 설명과 양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장에서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 밝히는 것은 무리겠지만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단세포 생물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로부터 "생명의 기원을 밝히려면 먼저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구할 것이다.

한 생명체를 원자 단위로 분해한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은 것은 탄소 C, 수소 H, 산소 O, 질소 N, 인 P, 그리고 황 S이다. 쉽게 외우기 위해 SPONCH 라고도 표현한다. 이 구성요소들은 모두 어디서 온 것일까? 흔히 알고 있듯이 바로 항성의 핵융합을 통해서 수소보다 무거운 원자들이 탄생했다. 그렇다면 우주 역사를 통틀어 가장 뜨겁고 높은 압력이 발생했던 빅뱅시키에 모든 원소가 나타나지 않은 점은 무엇인가? 이는 빅뱅 직후 우주 온도가 너무 높아서 초고온에서 방출된 광자는 맹렬한 높은 에너지로 원자핵을 구성한 양성자와 중성자를 분해시킨다. 빅뱅 후 90초 정도가 지나면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광자의 영향을 받지 않고 융합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문제는 수소보다 무거운 원자가 만들어지려면 더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다. 우주의 온도는 핵융합이 가능한 온도보다 더 계속 떨어져가고 있어서 무거운 원자를 만들어내는 핵융합은 불가능한 우주였다. 

빅뱅 직후 숨가쁘게 진행된 사건의 속도와 비교할 때 별의 내부는 수백만 년 동안 유지될 수 있는 매우 안정된 환경이었다. 이곳에서도 중간 단계에 생산된 불안정한 원자핵 때문에 핵융합 공정이 느려지긴 했지만 꾸준히 핵융합은 이뤄지고 있었다. 수소끼리 융합하여 헬류이 만들어지고 무거운 헬륨은 다시 중심부로 가라앉으며 헬륨끼리 뭉쳐져 핵융합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질량이 큰 별은 주기율표에서 제법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질 때까지 융합 반응을 계속 일으킬수 있으며, 그 부산물로 다량의 열과 빛을 방출한다. 이렇게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철에 이르러 핵융합은 멈추게 된다. 철에 양성자와 중성자를 추가하여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려해도 철의 원자핵은 이를 거부한다. 양성자 26개와 중성자 30개가 똘똘 뭉쳐 있는 철의 원자핵은 갖고 있는 에너지를 쥐어짜서 이미 외부로 방출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별은 끊임없는 융합 반응을 통해 점점 무거운 원소를 순차적으로 생산하면서 열과 에너지를 외부로 방출했는데 철에 도달하면 이 공정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벽난로에 쌓인 재처럼 철은 더이상 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리와 수은, 니켈 같은 원소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금, 은, 백금, 같은 귀금속은 어디서 왔고 이보다 훨씬 무거운 라듐, 우라늄, 플루토늄 같은 방사성 원소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물음이 생긴다. 과학자들은 위에 열거한 원소의 출처로 두 곳을 지목했다. 별의 중심부가 대부분 철로 채워지면 융합 반응이 중단되어 밖으로 밀어내는 에너지가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별은 자체 중력으로 수축하기 시작한다. 별이 무지막지한 중력에 의해 안으로 붕괴되는 것이다. 별의 질량이 충분히 크면 붕괴가 빠르게 진행되어 중심부의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내파되는 물질이 중심핵이 되튀면서 엄청한 충격파가 바깥쪽으로 퍼져 나간다. 그리고 이 충격파 때문에 별의 중심부는 더욱 강하게 압축되어 무거운 원자핵이 합성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주기율표에서 철보다 무거운 원소의 일부는 이 혼돈의 와중에 생성된 것이다. 별의 중심부에서 발생한 충격파가 표면에 도달하면 다양한 원소들이 우주 공간에 흩뿌려진다.

2개의 중성자별이 충돌하는 초대형 사건에서도 철보다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질 수 있다. 중성자별은 수명이 다한 별의 잔해로서 질량이 태양의 10~30배 정도이며, 대부분이 중성자로 이뤄져 있어서 새로운 원자핵이 생성되기 적절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중성자가 별의 강력한 중력을 극복하고 탈출하려면 중성자별끼리 충돌하면 된다. 이런 충돌이 발생하면 다량의 중성자가 우주 공간으로 연기처럼 흩어지는데, 이들은 전기전하가 없어서 척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몇 개의 그룹으로 쉽게 뭉쳐진다. 그 후 중성자의 일부가 카멜로온처럼 양성자로 변신하여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다양한 분석을 통해 중성자별의 충돌이 초신성 폭발보다 효율적으로 무거운 원소를 생산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별의 내부에서 생성되어 초신성이 폭발하거나 중성자별이 충돌할 때 우주 공간으로 흩뿌려진 원소들은 장구한 세월을 떠돌다가 거대한 기체 구름으로 뭉쳐져서 별과 행성이 되고, 그중 일부는 우리의 몸이 되었다. 바로 이것이 모든 물질의 기원이다.  

이제 우리의 근원적 에너지 태양에 대해서 알아보자. 태양은 45억살 정도 되었지만 우주적 나이로 보면 젊은 편이다. 방대한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뮤레이션을 돌려보면 최초의 별은 빅뱅 후 1억 년이 지난 후 생성되었다. 질량이 태양의 수백~수천 배에 달해서 엄청난 기세로 타오르다가 빠르게 사라지며 무거운 원소를 흩뿌렸다. 1세대 별들 중에서 가장 무거운 별은 자체 중력으로 계속 수축하다가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이 되었으며, 질량이 작은 별들은 무거운 원소를 사방에 살포하며 차세대 별의 씨앗이 되었다. 

태양의 탄생은 47억 년 전, 초신성 폭발과 함께 생성된 충격파가 우주 공간을 가로지르다가 수소와 헬류, 그리고 소량 무거운 원소로 이루어진 구름을 관통하면서 주변보다 밀도가 높은 지역이 형성되었고, 이곳에서 강력한 중력이 작용하여 주변 물질을 안으로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수십만 년 후, 이 지역은 계속 수축하면서 서서히 돌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전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이는 피겨 스케이트 선수가 양팔을 펴고 제자리에서 회선을 하다가 팔을 오므리면 회전 속도가 빨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리고 스케이트 선수가 회전할 때 옷에 달린 소릭가 바깥쪽으로 뻗치는 것처럼 회전하는 구름에서도 외곽 부분이 바깥쪽으로 평평하게 펴지면서 중심부를 에워싼 원반 모양으로 변형되었다. 그 후 회전하는 구름은 5천만~1억 년 동안 중력이 중심부를 안으로 짓눌러서 고밀도-초고온 상태가 되고, 가장자리의 물질은 밀도가 감소하면서 차가워지게 되는 현상을 겪는다. 이 현상은 느리고 꾸준히 진행된다. 그 결과 중심부의 엔트로피는 감소했지만 가장자리의 엔트로피는 증가했으며, 증가폭이 감소폭보단 커서 기체 구름의 총 엔트로피는 증가했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다가 결국 중심부의 온도가 임계값을 초과하여 핵융합이 시작되었다. 바로 태양이 탄생한 것이다. 그 후 수백만 년 사이에 회전 원반의 일부 파편들이 역시 자체 중력으로 뭉쳐서 태양계의 행성으로 진화했다. 이들 중 가볍고 휘발성이 강한 물질(수소, 헬륨, 메탄, 암모니아, 물 등)은 태양의 강한 복사에 떠밀려 태양계 외곽의 차가운 지역에 축적되었고, 이곳에서 자체 중력으로 응집되어 목성과 토성, 천왕성, 해왕성 같은 가스형 행성이 되었다. 반면에 철과 니켈, 알루미늄처럼 무겁고 단단한 물질은 태양과 가까운 곳에서 뜨거운 환경을 이겨내고 수성, 금성, 지구, 화성과 같은 암석형 행성으로 진화했다. 

태양의 기원이 된 초신성의 폭발, 출처 : wikipedia
흩어진 잔해들에서 응집으로 나타난 태양의 탄생, 출처 : wikipedia

생명의 기원이자, 우리의 터진인 지구에 대해서 알아보자. 과학자들은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주에서 태양계와 지구가 탄생하고 2억 년 후에 형성된 지르콘 결정을 발견했다. 태양계의 역사가 46억년 이므로, 이 결정의 나이는 무려 44억 살이나 된다. 그런데 성분을 분석해보니 고대의 환경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생명체에게 좋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시 지구 탄생 5천만 년 ~ 1억 년이 지났을 무렵 화성만한 크기의 테이아가 지구와 충돌하여 지구의 지각이 모두 증발했다. 테이아는 산산이 부서졌으며 충돌의 여파로 발생한 먼지 구름이 수천 km까지 퍼져나갔다. 세월이 흘러 이 구름은 별과 행성의 모태가 그랬던 것처럼 자체 중력으로 서서히 뭉쳐서 또 하나의 천체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달이다. 지구에 4계절이 존재하는 것도 바로 테이아와의 충돌이다.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것은 지구의 자전축이 공전면에 대해여 23.5도 기울어져 있기에 계절에 따라 태양의 고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초기 지구는 매우 뜨거워서 바다를 형성할 물이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물에서 탄생했기에 물이 생겨난 시기에 대해서 알아봐야 한다. 

이제 생명의 어머니인 물에 대해서 알아보자. 물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면서 가장 중요한 물질이다. 화학기호로는 H2O로 산소원자 한 개와 수소원자 두 개로 이뤄져 있다. 산소 원자는 8개 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첫번째 궤도에는 2개, 두번째 궤도에는 6개가 채워져 있다. 그런데 두번째 층 정족수는 8개 이므로 2개의 방이 비게 된다. 산소 원자는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전자를 부지런히 찾게 된다. 가장 만만한 상대인 수소를 선택해서 두 개 수소의 전자를 채우게 된다. 그렇게 빈 방이 모두 차게 되고 산소도 8개, 수소도 각각 1개씩 전자를 공유하게 된다. 이를 공유 결합이라고 한다. 이 때 양자역학적으로 오비탈 채움에 대해서 설명하면 두 개의 방에는 한개의 존자가 존재할 수도 있다.  관측자가 결합을 확인 하지 않을 때는 2개의 전자가 공유하도록 보이다가 관측을 하면 관측한 쪽만 보이게 된다. 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니 추후 보충 설명을 하겠다. 공유결합을 한 산소 원자 한 개와 수소 원자 두 개는 특이항 기하학적 구조를 가지며 이는 우주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물 분자 자체가 두 개 수소 원자 간의 결합 각도가 104.5도 이다. 이로 인해 전하가 비대칭으로 분포되어 있어서 극성 분자 형태를 띠게 된다. 전하를 띤 물질이 물 속에 오래 잠겨 있으면 물 분자의 양끝이 전화 갈퀴처럼 작용하여 물질을 갈가리 찢어 놓는 것이다. 물이 용매로 작용하여 용질을 녹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용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물에 소금 NaCl을 넣으면 H2O의 산소원자(음전하)가 나트륨(양전하)을 움켜쥐고 수소원자(양전하)는 염소(음전하)를 움켜쥐면서 소금분자를 해체시킨다. 물의 용해력은 개인 위생 뿐만 아니라 생명 활동에도 필수적이다. 세포 내부는 거대한 화학 공장이며 다양한 물질들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영양분을 흡수하고 폐기물을 배출하고 화학 물질을 재료 삼아 세포 기능에 필요한 여러 가지 효소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 물이 없으면 모든 공정이 중단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무거운 원자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우리 몸의 에너지인 태양계의 기원을 알아보았고,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의 탄생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생명의 기원인 물의 필요성을 알아보았다. 그러면 우리 몸의 기본 단위인 세포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리 세포는 세포만 본다면 쥐의 세포인지 개의 세포인지 파리의 세포인지 사람 세포인지 알 수가 없다. 이는 매우 놀라운 사실로 먼 옛날 공통 조상이 존재했었다는 증거이다. 생명의 종류가 수 억에서 수 조종으로 다양해서 그 기원도 다양할 것 같지만 지금까지 수집된 증거를 토대로 분석해보면 모든 생명체의 기원은 하나의 공통 조상으로 수렴한다. 여기서 우리는 생명의 공통 조상이 가진 생명 정보의 공통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로 들어가면 작은 규모에서 복잡한 지시 사항들을 일련의 내부 처리하는 과정같은 구조가 나타난다. 세포가 수행하는 기능의 대부분은 화학 반응을 제어, 촉진하고, 중요한 물질을 운반하고, 세포의 형태와 움직임을 제어하는 단백질 분자를 통해서 실행되고 있다. 단백질의 구성 성분은 아미노산인데, 20종의 아미노산이 결합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단백질이 생성된다. 아미노산이 무작위로 조립된다면 생명에게 필요한 단백질이 만들어질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 20종의 아미노산이 서로 결합하여 긴 사슬을 만드는 방법의 수를 헤아려 보면 150개의 아미노산이 사슬처럼 연결된 경우, 가능한 배열의 수는 약 10^195 가지다. 이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의 수보다 더 큰 수다. 아미노산이 무작위로 결합한다면 생명체에게 필요한 단백질은 아무리 긴 세월이 흘러도 생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복잡한 단백질이 합성되려면 모든 과정을 단계별로 서술하는 일련의 지침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이 아미노산을 저 아미노산의 끝에 걸고, 그것을 다시 이쪽에 이어 붙인 후 저 아미노산에 연결하고,..." 등등이다. 그래서 단백질이 합성되려면 세포 수준의 소프트웨어가 반드시 필요한데, 놀랍게도 이것은 왓슨과 크릭에 의해 기하학적 구조가 규명된 DNA속에 암호화되어 있다. 

세포 분열하는 모습, 작은 세포 내에서도 프로그래밍대로 정해진 절차를 수행한다.

DNA의 전체적인 형태는 이중나선이고 사다리의 가로대는 한 쌍의 염기로 되어 있으며 염기는 아네닌 A, 티민 T, 구아닌 G, 사이토신 C 의 네 종류가 있다. 같은 종의 생명체들은 성격이나 외모가 아무리 달라도 염기의 배열 순서는 거의 동일하다. 사람의 DNA 염기 배열은 거의 30억 개까지 이어진다. DNA 사다리의 가로대가 형성될 때, 염기는 엄격한 규칙에 따라 쌍을 이룬다. 한쪽 가로대에 붙어 있는 염기 A는 반대쪽 가로대의 염기 T와 결합하고 G는 C와 결합한다. 따라서 한쪽 가로대의 염기 서열이 주어지면 반대쪽 가로대의 염기 서열은 자동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이 염기서열은 아미노산의 연결 순서를 결정하여, 특정 종에게 필요한 단백질을 생산한다. 즉, 단백질을 생산하는 공정은 생명체의 종류와 상관없이 모두 동일하다.

DNA 이중나선 구조, 출처 : Wikipedia

이렇게 DNA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이유는 첫째, DNA에 담긴 암호를 알면 세포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개념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DNA의 한 부분이 주어지면 세포의 업무를 지시하는 명령서를 읽을 수 있다. 무생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교한 시스템이다. 둘째, 유전자 암호를 직접 보면 그것이 모든 생명체의 보편적인 특징임을 알 수 있다. 해초의 DNA건 사람의 DNA건 모든 DNA 분자에는 단백질 생성에 필요한 정보가 똑같은 방식으로 암호화 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생명 정보의 존재하는 통일성이다.  

에너지가 없으면 멈추는 내연기관처럼 생명도 중요한 기능(성장, 치유, 운동, 번식 등)을 수행하려면 반드시 에너지가 필요하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얻어야 하는데, 식물은 태양광으로 광합성을 통해서 에너지를 얻는다. 생명체는 에너지를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정교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리고 연료를 태워서 발생한 에너지를 세포의 요구에 맞춰 규칙적으로,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저장, 분배하고 있다. 생명체가 에너지를 추출하고 배분하는 방법은 종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하다. 생명이 채택한 에너지 관리 공정은 지금도 일련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우리가 아는 모든 생명체의 몸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 필자는 이것이 자연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한다. 

생명체가 에너지를 처리하는 과정의 핵심은 산화/환원 반응이다. 예를 들어 장작이 탈 때 나무에 함유된 탄소와 수소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전자를 공기 중의 산소에게 내어주면서 서로 결합하여 물과 이산화탄소가 되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를 방출한다. 산소가 전자를 포획했을 때를 흔히 환원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산소에게 전자를 양도한 탄소와 산소는 산화되었다고 한다. 이 둘을 합쳐서 부른 것이 산화/환원 반응이다. 요즘에는 산소의 개입 여부와 상관없이 화학물질 사이에 전자가 교환되면 그냥 산화/환원 반응이라고 부른다. 살아있는 세포에서도 이와 비슷한 산화/환원 반응이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가 아침에 먹은 원자에서 분리된 전자는 곧바로 산소에 영입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이 과정에서 방출된 에너지가 세포에 화재 비슷한 사건을 일으켜 세포 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것이다. 음식이 기증한 전자는 일련의 산화/환원 반응을 거친 후 궁극적으로 산소에 안착하지만, 각 단계마다 소량의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간간이 휴식을 취한다. 전자는 하나의 분자 수용체에서 다른 분자 수용체로 점프하면서 에너지를 단계적으로 방출한다. 모든 원자들 중에서 잔자에 대한 집장이 가장 강한 산소는 제일 아래층에서 기다리다가 전자가 도착하면 단단히 끌어안으면서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쥐어 짜내고 이것으로 에너지 추출 과정은 끝을 맺게 된다. 

이 과정은 식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물과 식물의 차이점은 "전자의 출처" 뿐이다. 동물은 전자를 음식에서 얻고, 식물은 물에서 얻는다. 녹색 잎의 엽록소에서 햇빛이 도달하면 물 분자의 전자가 에너지를 얻고 이탈하여 계단식으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산화/환원 반응을 시작한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가 에너지를 얻는 과정은 전자가 점프하면서 진행되는 일련의 산화/환원 반응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래서 알베르트 센트죄르지는 "모든 생명 현상은 최후의 쉼터를 찾아가는 전자의 여정" 이라고 했다. 이것은 유전자 암호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생명체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이 공통적인 특징을 갖게 된 이유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40억 년 전에 최초 등장했던 단세포생물의 직계후손이기 때문이다.

일련의 산화/환원 반응에서 방출된 에너지의 그 다음 여정을 따라가면 생명의 통일성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산화/환원에서 얻은 에너지는 모든 세포에 내장되어 있는 생물학적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사용되며, 충전한 배터리는 모든 세포에 에너지를 운반하고 공급하는 수송 전문 분자를 합성하는데 사용된다. 이것은 매우 정교한 과정으로 모든 생명체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자가 산화/환원 수용체에 길게 뻗은 분자 팔로 점프하면 수용 분자가 경련을 일으켜 방위에 변화가 생긴다. 즉, 주변의 다른 분자들은 일제히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데, 유독 수용 분자의 방향만 달라지는 것이다. 외형상으론 톱니바퀴가 한 이빨만큼 앞으로 전진하는 것과 비슷하다. 잠시후 변덕스러운 전자가 두 번째 수용체를 향해 점프를 시도하면 첫 번째 수용체의 수용 분자는 원래 방향으로 돌아가고, 새로운 수용 분자가 또 다시 경련을 일으킨다. 그 후 전자가 계속 점프하면서 이와 같은 과정이 반복되는데, 전자를 받아들인 분자는 경련을 일으키며 톱니바퀴가 한 단계 앞으로 전진하고 전자를 잃은 분자는 원래 위치로 되돌아간다. 전자의 점프와 수용 분자의 경련은 미묘하면서도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분자가 오락가락하는 톱니바퀴처럼 앞뒤로 움직이면 한 무리의 양성자들이 이 동작에 밀려나면서 자신을 에워싼 막을 통과하여 얇은 두께로 축적되는데, 이것이 바로 양성자 배터리이다. 일반적인 배터리와는 다른 점이라면 전자 대신 양성자가 저장되어 있다라는 것인데, 양성자들 사이에도 전기적 척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작동 원리는 거의 같다. 세포의 산화/환원 반응에 의해 양성자들이 한곳에 축적되면, 이들은 동료로부터 멀어질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리고 이 배터리는 세포의 산화/환원 반응을 통해 충전된다. 사실 양성자들은 매우 얇은 막의 한 쪽에 모여 있기 때문에, 전기장의 수천만 V/m에 달할 정도로 높다. 세포의 생물학적 배터리 크기만 작을 뿐이지, 결코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세포는 이 초소형 발전소를 통해서 놀라운 일을 한다. 양성자가 가로막고 있는 막에는 엄청나게 많은 나노 크기의 터빈이 달려있어서 빽빽하게 모여 있던 양성자들이 막을 통과하여 흐르면 터빈도 돌기 시작한다. 세포의 터빈은 풍차와 비슷한 일을 하지만, 구조를 분쇄하는 대신 새로운 구조를 생산해낸다. 분자 터빈은 양성자를 바람 삼아 회전하면서 두 종류의 입력 분자인 아데노신 2인산(ADP+인산기)을 합성하여 하나의 분자(아데노신 3인산, ATP)를 만들어내고 있다. 터빈에 의해 강제로 형성된 ATP 분자들은 전하의 부호가 같은 입자들이 화학 결합을 통해 꽉 끌어안고 있어서 역학적으로 잔뜩 긴장한 상태다. 강한 힘으로 압축된 채 해방될 날 만 학수고대하는 용수철과 비슷하다. ATP 분자는 세포 안을 돌아다니다가 필요할 때 화학 결합을 끊고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으며, 이럴 때마다 구성 입자들은 에너지가 낮은 편안한 상태로 떨어진다. ATP 분자가 분열되면서 방출된 에너지가 세포 공장에 동력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평범한 세포 1개가 1초 동안 정상 기능을 유지하려면 약 1천만 개의 ATP 분자가 필요하다. 우리 몸은 수조 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으므로 1초 사이에 무려 1억 x 1조 개(10^20)의 ATP 분자가 소모되는 셈이다. ATP가 소모되면 원자재(ADP와 인산염)로 분해되고, 양성자 배터리로 구동되는 터빈에 의해 다시 ATP로 재생되어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세포 전체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사람의 평균 에너지 소모량을 생각할 때, 세포 터빈의 생산성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1초에 1억 x 1조개의 ATP 분자를 생산해 내니 어마어마한 숫자다. 

우리가 음식 섭취를 하면 그 음식의 전자는 화학적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서 각 층마다 에너지를 방출하고 이 에너지는 모든 세포에 설치된 생물학적 배터리를 충전하며, 배터리는 분자를 합성하는데 사용된다. 그리고 이 분자들의 세포의 기능이 유지되도록 곳곳에 에너지를 배달한다. 모든 생명체는 이런 식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 우리가 떠올리는 모든 생각의 저변에 이토록 정교하고 치밀한 에너지 생산 라인이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생명에 대한 탐구를 하다보면 많은 질문이 생기는데 결론적으로 세 가지로 요약된다. 생명의 유전적 요소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생명의 신진대사 기능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그리고 유전 및 신진대사와 관련된 분자 기계를 알뜰하게 담은 세포는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가? 생명의 기원을 완벽히 규명하려면 이 질문의 답부터 찾아야 한다 .

진화론의 진짜 수수께끼는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의 기원을 설명하는 것이다. 다윈은 두 가지 가설에 기초하여 이 문제의 답을 찾았다. 첫째는 생명체가 번식을 통해 낳은 자손은 유전적 특징이 부모와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다윈은 이것을 생명체는 후대로 갈수록 수정된다고 표현했다. 둘째, 자원에 한계가 있는 세상에서는 개체들 사이의 경쟁을 피할 길이 없다. 생물학적으로 수정된 후손은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아 그다음 후손을 낳을 확률이 높아지고 생존에 유리한 특질도 후손에게 전수된다. 이런 식으로 긴 세월이 흐르면 다양한 형태의 성공적인 수정이 서서히 누적되어 생존 능력이 탁월한 하나의 종으로 자리잡게 된다.

다윈의 진화론은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서 자명한 사실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론이 논리적으로 그럴듯 해도 실제 데이터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논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이 다윈의 진화론을 믿는 이유는 과학자들이 긴 세월에 걸친 생명의 변화 과정을 끈질기게 추적하여 유리한 형질을 획득한 종이 끝까지 살아남았음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왓슨과 크릭은 생명이 세포의 내부 지침이 저장된 분자를 복제하여 동일한 지침을 후대에 전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세포에 하달되는 명령은 DNA의 꼬인 가닥에 붙어있는 염기 서열을 통해서 암호화된다. 세포가 둘로 분열될 때, DNA는 사다리가 세로 방향으로 갈라지듯이 두 가닥으로 분리되는데, 각 가닥에는 염기들이 분리되기 전과 동일한 순서로 붙어 있다. 이 서열은 상호보완적이어서 각 가닥은 다른 가닥의 복사본을 만드는데 필요한 형판의 역할을 한다. 분리된 두 가닥의 염기에 새로움 염기가 적절한 순서로 결합하면 원래의 DNA와 똑같은 2개의 복사본이 만들어진다. 이제 세포가 분열하면 2개의 딸세포는 어미 세포와 똑같은 DNA를 하나씩 나눠 가지면서 유전 정보 전달이 완료된다. 이것이 왓슨과 크릭의 눈을 피해가지 못했던 복제 메커니즘이다. 복제된 DNA는 모체 DNA와 완전히 똑같다. 그런데 어떻게 딸세포에게 수정된 형질이 나타난다는 것인가? 그 비결은 바로 복제과정에서 발생한 에러다. 이를 흔히 돌연변이라고 부른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에러는 우연히 발생할 수도 있고, 외부에서 들어온 고에너지 광자가 복제 과정을 방해하여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외부적 개입이나 자체적인 에러로 인한 수정은 세포의 기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데,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는 완전히 운에 달려있다. 만일 수정이 좋은 쪽으로 일어나서 생존능력이 향상된다면 후손을 낳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고, 유리한 형질을 물려받은 후손들도 더 많은 후손을 낳으면서 개체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만약 안좋은 수정이 일어난다면 그 개체는 자연계의 혹독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후손을 갖지도 못한 채 도태되어 사라질 것이다.

양성생식은 유전물질이 단순히 복제되는 것이 아니라 부계와 모계의 유전인자가 복합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훨씬 복잡하다. 두 개체의 유전 물질이 섞인 채로 복제되면 다양성이 향상되고, 이런 식으로 여러 세대를 거치면 생존력과 번식력이 높아진다. 그런데 생명체의 생존력이 진화를 통해 향상되려면 DNA 변형이 자주 일어나지 않고 항상성을 유지해야 한다. 변형이 자주 일어나면 어렵게 개선된 유전형질이 금방 퇴색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유전자 변형은 아주 드물게 일어난다. 수치로 말하면 DAN 염기 1억 개당 1개 꼴이다. 이는 성경 30권을 필사하는데 오탈자가 1개 발생한 꼴이다. 게다가 1억분의 1조차도 과대평가된 것이다. 변형된 유전자의 99%는 세포의 화학적 교정 메커니즘을 거치면서 수정되기 때문에 실제 변형이 일어날 확률은 100억분 1로 낮아진다. 

유전자 변형은 아주 드물게 일어나지만 수많은 세대를 거치면서 효과가 누적되면 신체적, 생리적으로 커다란 진보를 이룩할 수 있다.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한 혁신을 이루었다. 자연은 시간이라는 비용으로 엄청난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즉, 유전 물질의 무작위한 조합과 변이를 통해 혁신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시행은 하나의 혁신과 다른 혁신을 생존 경쟁의 장에서 대결시키는 것이고, 착오는 실패한 혁신을 의미한다. 시행에서 유리한 형질을 품은 개체는 살아남아 후손을 보존할 수 있지만, 착오한 형질을 가진 개체는 도태되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완전히 독립된 진화의 로드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원핵세포에서 진핵세포로 그리고 어류에서 양서류로 그리고 파충류로 진화해서 결국 인류가 되었다는 로드맵은 살아남은 개체들을 역으로 추적해서 만들어낸 하나의 루트 일 뿐, 그것이 로드맵은 아니다. 

어떤 환경도 자원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분자 생태계에서 긴 세월동안 복제가 반복되다 보면 효율이 가장 높은 분자가 최고의 적응자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고 생태계에 살아남는다. 이는 복제 능력과 자가 수선 능력을 갖춘 개체들로 이뤄진 종일 것이다. 복제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유전 형질이 수정되면(진화라고 부른다) 유리한 고지를 점유할 수 있다. 결국 복제 능력이 뛰어나면서 환경에 잘 적응한 분자가 최종 승자로 등극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진화론의 분자 버전인 분자진화론으로 오직 물리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분자들도 생명체처럼 번식의 대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하기 전에 이 세상을 지배한 기본 메커니즘은 아마도 분자진화론이었을 것이다. 이 이론은 한 버전은 아주 특별하면서 다재다능한 분자인 RNA에 기초하고 있는데, 학계의 인정을 받진 못했지만 꽤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1960년대에 프랜시스 크릭과 화학자 레슬리 오르젤, 생물학자 칼 우스를 비롯한 일단의 저명한 과학자들이 DNA의 가까운 사촌이자 40억 년 전에 분자의 진화를 촉발한 RNA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RNA는 한 가닥짜리 짧은 DNA에 염기가 달려있는 형태로서, 모든 생명체의 필수 구성요소이자 매우 다재다능한 분자이다. 지퍼가 풀린 DNA 가닥의 일부를 본뜨는 것도 RNA의 기능 중 하나인데, 이것은 치과 의사가 환자의 윗니와 아랫니를 분리한 상태에서 치아 본을 뜨는 과정과 유사하다. 이 정보는 세포의 다른 부분으로 전달되어 특별한 단백질을 합성하는 지침이 된다. 그러므로 DNA와 마찬가지로 RNA분자도 세포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의 일부다. 그러나 RNA와 DNA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DNA는 세포활동을 지시하는데 지혜의 원천이라는 우아한 직책으로 만족하지만, RNA는 온갖 화학 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세포의 리보솜은 특별한 형태의 RNA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RNA는 소프트웨어이면서 하드웨어이기도 하다. 또한 RNA는 자신의 복제를 촉진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DNA 복제에 관여하는 다른 분자들은 정교한 화학적 기어와 바퀴를 사용하지만, RNA는 자신을 복제할 때 직접 나서서 필요한 염기쌍의 합성을 촉진한다. 소프트웨어이면서 하드웨어인 RNA는 본격적인 분자 진화 시대를 열었다. 이것이 RNA 세계 가설이다. 생명체가 존재하기 전 이 세상이 RNA 분자로 가득 차 있다고 할 때, RNA는 장구한 세월동안 분자 진화를 실행하여 마침내 세포에 필요한 화학 물질로 변신했다. 이 과정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초기 지구의 대기 성분으로 추정되는 혼합기체에 번개를 치는 상황을 재현했는데 결과물로 나온 찌꺼기를 분석하니 아미노산을 발견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성간구름과 혜성, 그리고 운석 사이에도 아미노산이 발견되었으니, 젊은 지구의 화학수프 속에는 RNA가 다량의 아미노산을 만들었다는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다. 이 시나리오가 사실이라고 하고 RNA가 계속 복제되던 중 우연히 변이가 발생하여 진화의 방향을 바꾸었다고 가정해보자. 변형된 RNA는 화학물질 스튜에서 일부 아미노산을 사슬처럼 연결하여 최초의 단백질을 만든다. 이렇게 탄생한 기초 단백질 중 일부가 우연히 RNA의 복제 효율을 향상시켰다면 커다란 보상이 돌아온다. 즉, 단백질은 변형된 RNA를 더욱 번성하게 만들고, 수적으로 우세해진 돌연변이 RNA는 더 많은 단백질을 합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세월이 흐르다가 분자의 전술은 또 한차례 새로운 혁신을 맞이하게 된다. 2개의 레일로 이루어진 초보적 형태의 DNA 사다리가 등장하여 더욱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복제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로 인해 RNA는 복제 과정에서 서서히 소외되다가 결국 부수적인 지위로 좌천되었다. 

RNA 세계 시나리오는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다양한 가설 중 하나로서, 유전적 요소를 중시하는 이론의 대표적 사례다. 분자는 복제를 통해 다음 세대에 정보를 이전한다. 물론 이 가설이 옳다해도 RNA 자체의 기원은 따로 설명되어야 한다. 아마도 RNA는 분자 진화의 전 단계에서 단순한 화학물질로부터 탄생했을 것이다. 미국 생물학자 데이비드 디머는 연못이나 호수의 가장자리처럼 습하고 건조한 곳의 경계에서 생명체가 탄생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연구팀은 습기가 주기적으로 달라지는 지역에서 지질이 세포벽의 형성을 촉진했음을 입증했다. 세포벽이 있으면 RNA나 DNA처럼 기다란 분자 사슬을 좁은 영역에 돌돌 말아서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 과정을 실험실에서 재현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지만 감질나는 중간 결과만 나올 뿐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생명의 기원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물론, 분자들의 거동은 물리학의 법칙중 하나이며 분자는 자신이 그런 법칙을 따른다는 것을 알지도 못한다. 분자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일련의 화학공정을 어떻게 그토록 일관적이고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는 슈뢰딩거가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제시했던 핵심 질문이다. 생명체의 몸 안에서 원자의 배열은 이미 결정되어 있으므로, 주어진 하나의 분자는 이 아미노산을 잡아당기고, 저 아미노산은 밀어내고, 그 외 아미노산은 완전히 무시한다. 또는 딱 맞아떨어지는 레고 블록처럼, 한 분자가 다른 특별한 분자와 맞물릴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물리 법칙의 결과이다. 원자와 분자가 밀거나 당기는 것 그리고 결합하는 것은 이들에게 전자기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정보들은 분자의 배열 자체에 들어있다. 이 배열에 따라 서로 부딪히거나 상호 작용을 교환하면서 성장, 치료, 번식과 같은 세포의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세포 안에 포함된 분자는 사적인 의도나 목적 없이 완전히 수동적인 무생물이라고 해도, 물리 법칙에 따라 고도로 특화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생명 활동은 물리법칙으로 완벽하게 설명되는 분자의 운동을 통해서 이뤄진다. 우리 몸속에서는 이런 생물학적 정보가 훨씬 큰 규모로 구성되어, 개개의 세포 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세포 집합의 복잡한 거동을 정교하게 제어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생명은 물리학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다. 

다윈의 이론에 따르면 진화는 단일 세포의 분자에서 복잡한 다세포 생물까지 모든 생명체의 구조적 발달을 유도한다. 그리고 볼츠만의 이론에 의하면 엔트로피는 부유하는 원자에서 불타는 별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리계가 따라야 하는 기본 지침을 하달한다. 생명 현상에는 이 두가지 요소가 모두 반영되어 있다. 생명은 처음 등장한 이후 진화를 통해 개선되었으며, 다른 물리계와 마찬가지로 엔트로피의 지침을 준수해왔다. 물질이 뭉쳐서 생명이 탄생되면 신체 내부의 질서가 꽤 오랫동안 유지되고, 후손을 낳으면 그 안에서 새로운 질서가 탄생한다. 그렇다면 엔트로피가 항상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은 어디로 간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내 몸이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배하는 것처럼 보인 이유는 엔트로피 2단계 과정 때문이었으며, 주변 환경은 내가 이런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뒤를 받쳐 주었다. 음식을 태워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세포의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과정은 증기기관보다 훨씬 정교하지만, 엔트로피 관점에서 볼 때 기본적인 물리학 원리는 동일하다. 우리는 저엔트로피의 기원을 추적하다가 태양에 도달했었다. 중력은 기체 구름을 쥐어짜서 별을 만들고 내부 엔트로피를 낮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다량의 열이 외부로 방출되면서 주변 공간의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마침내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이 시작되고 별은 빛을 발하고 다량의 광자가 외부로 방출된다. 우리의 태양에서 출발해서 지구에 도달한 광자는 식물의 대사에 동력을 공급하는 저엔트로피 에너지원이다. 중력은 물질을 안으로 응축시키면서 안정된 환경을 제공하고 핵력은 수십억 년 동안 고품질의 광자를 대량으로 생산하여 지구 생명체를 먹여 살려왔다. 그러므로 핵력과 중력은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저엔트로피 연료다. 

열역학을 더 넓게 확장시킨 한 가지 주제가 있는데 이는 우주에 수천 억개의 은하가 있고 하나의 은하는 수천 억 개의 별로 이뤄져 있으며 이들 중에는 행성을 거느린 별도 많다. 그렇다면 생명의 탄생은 이렇게 많은 행성들 중 단 한 곳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정도로 드문 사건인가에 의문이 생긴다. 벨기에의 물리화학자 일리야 프리고진은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으면서 스스로 질서를 유지하는 계의 물질 구조를 수학적으로 분석하여 1977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예를 들어 점성이 높은 기름을 접시에 담아서 가열하면 처음에는 별일없이 온도만 올라가다가, 에너지 유입량이 어느 임계점을 넘으면 분자의 무작위 운동이 눈에 보이는 질서를 창출했다. 이때 접시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작은 육각형들이 바둑판처럼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고, 옆에서 보면 각 육각형의 바닥에서 위를 향해 유체가 규칙적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바닥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열역학 제2법칙의 관점에서 볼 때, 이렇게 자발적으로 질서가 수립되는 것은 전혀 예상 밖의 일이다. 이런 현상은 액체 분자가 특별한 환경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액체분자가 열에너지를 계속 흡수하면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런 경우 임의의 물리계는 자발적 요동을 일으키면서 순간적으로 작은 영역에 집중된 질서 정연한 패턴을 보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미세요동이 금방 흩어져서 원래의 불규칙한 패턴으로 돌아가지만 프리고진의 분석에 의하면 분자가 특정한 패턴으로 배열되어 있을 때에는 에너지 흡수 능력이 크게 높아져서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된다. 분자의 특별한 배열로 이루어진 물리계가 주변으로부터 집중된 에너지를 꾸준히 공급받으면 무질서에서 질서가 창출되거나, 이미 존재했던 질서가 더욱 질서 정연해질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저품질의 에너지가 주변 환경으로 방출된다. 질서 정연한 패턴은 에너지를 분산시키기 때문에 산일구조로 불리기도 한다. 이 경우 주변환경을 포함한 총 엔트로피는 증가하지만, 에너지를 공급받는 물리계는 엔트로피 2단계 과정을 통해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프리고진의 설명은 슈뢰딩거를 연상시킨다. 슈뢰딩거는 생명체의 엔트로피 상승에 의한 기능 저하를 어떻게 피해 가는지 물리학적 관점에서 설명한 바 있다. 베나르 세포에는 생명이 없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도 베나르 세포처럼 주변 환경으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하여 질서 정연한 구조를 유지하면서 저품질 에너지를 외부로 방출하고 있다. 프리고진의 연구가 높이 평가되는 이유는 혼돈 속의 질서를 정확하게 서술하는 수학적 도구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의 연구를 이어받은 다수의 과학자들은 초기 지구의 혼돈 속에서 생명체가 탄생할 때까지 질서 정연한 분자 배열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해하기 위해 프리고진의 수학 체계를 업그레이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크리스토퍼 야르진스키와 개빈 크룩스의 연구를 개선한 제러미 잉글랜드의 최근 연구가 가장 돋보인다. 그의 목적은 열역학 제2법칙에 입각하여, 외부 에너지원에 의해 구동되는 물리계의 특성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잉글랜드의 수학적 분석에 따르면 분자규모에서 외부의 에너지원에 의해 밀려난 입자는 처음에 불규칙하게 배열되어 있다가 외부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흡수하여 질서 정연한 배열로 바뀌고, 향후 유입된 에너지는 현재의 배열을 유지하거나 질서를 더 높이는데 사용되며, 이 과정에서 품질이 하락한 에너지는 가차없이 외부로 방출된다. 잉글랜드는 이 현상을 소산적 적응이라고 불렀다. 특정 분자계는 이런 식으로 엔트로피 2단계 과정을 겪고 있다. 그런데 살아있는 생명체도 이와 동일한 과정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소산적 적응은 최초의 생명이 탄생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을 것이다. 잉글랜드는 복제 과정 자체도 소산적 적응을 구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해석했다. 작은 규모의 입자 집단이 에너지를 흡수하고, 사용하고 배출하는 데 익숙해지면 2개보다 4개가 효율적이고 4개보다는 8개가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자의 복제 능력은 소산적 적응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예측되는 결과이다. 복제가 가능해지면서 분자의 진화가 시작되었고, 훗날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물리학의 기본 원리를 이용하여 빅뱅과 별, 그리고 행성의 탄생에 대해서 설명했고, 별의 내부에서 복잡한 원소가 합성되는 원리를 이해했으며, 이 원자들이 자가 복제가 가능한 분자로 진화하여 주변 환경에서 추출한 에너지로 질서 정연한 형태를 유지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분자진화론의 자연선택을 통해 적절한 형태의 분자 집합이 널리 퍼져 나간 과정을 이해했으니, 이들이 정보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능력을 획득하게 된 과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분자는 여러 세대에 걸쳐 생존 전략을 전수해오면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고, 이 과정이 수억 년 동안 반복된 끝에 드디어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하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물리학에 기초한 생명의 역사가 윤곽을 갖춰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옳다고 판명된다면 생명은 우주 전체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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