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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엔드 오브 타임 part3 [기원과 엔트로피 : 창조에서 구조체로]

by Utnapishtim 2023.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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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3. 기원과 엔트로피 : 창조에서 구조체로

part2에서 확인했듯이 엔트로피는 시간의 흐름상 계속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즉, 무질서도는 시간에 따라 계속해서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자와 분자, 별, 은하, 생명, 그리고 동물의 생존본능, 최종적으로 우리의 마음 같은 고도로 정교하고 질서 정연한 구조체는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궁금해진다. 이런 창조적 질서는 자연의 순리를 역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생체 기계 중 하나로서 질서를 가지고 탄생하고 성장하고 번식한다. 자연은 원래 고-엔트로피로 진행되는데 창조적 질서는 엔트로피가 낮아지는 진행 방향이니 말이다. 예를 들면 항성의 내부처럼 에너지와 질서가 집중된 지역은 우주가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더 큰 무질서로 나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생성된 결과물이다. 

시간을 거슬러 엔트로피가 최저점이었을 우주의 태초부터 살펴보자. 1920년대 중반 물리학자이자 예수회 수사였던 조르주 르메트르는 얼마 전 아인슈타인이 구축한 일반상대성이론을 연구하던 중 '우주는 거대한 폭발에서 탄생했고 그 이후로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놀라운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 내용이 발전하여 현대우주론에서는 138억 년 전에 초고온-초고밀도의 작은 입자 안에 응축되어 있던 우주가 거대한 폭발하여 빠르게 팽창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빅뱅 이론이다. 그 후 뜨거웠던 공간이 서서히 식으면서 생겨난 입자의 속도가 느려졌고 중력에 의해 입자들이 하나로 뭉쳐 별과 행성 등 다양한 천체가 형성되었으며, 태양계의 지구라는 행성이 생겨났고 이후 달도 생겨났다. 그리고 점차 식은 지구에는 생명체가 등장하였고 이들은 다양하게 진화하며 번식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근 40억 년 만에 인간으로 진화했다. 참 놀라운 역사다. 이 아름다운 우주의 역사를 기술하기 위해서는 엔트로피가 어떤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아봐야 한다. 이에 앞서 빅뱅을 유발시킨 원인을 분석해보자.

Big Bang Expansion, 출처 : Wikipedia

세상에 상반되는 것들이 많다. 질서와 무질서, 물질과 반물질, 양전하와 음전하, 인력과 척력 등 모두 상관된 관계다. 그러나 중력은 그렇지 않다. 반중력이란게 없다. 중력은 물질의 질량이 커지면 그 물질의 중심으로 시공간을 휘게하는 힘을 말한다. 그 휘는 힘에 의해 중심으로 떨어지는 가속도가 생겨나는데 이를 중력가속도라고 한다. 지구의 중력은 1G라고도 표현한다. 우리는 중력인 만유인력에는 잘 알고 있지만,  반중력에 대한 개념은 낯설다. 모든 물질이 서로 밀어내는 만유척력을 가진다고 할 때, 한 점에 있는 우주는 급격하게 입자들을 밀어내려고 할 것이다. 밀어내는 중력 즉, 반중력이 빅뱅을 일으켰다는 이론이 그것이다.   

이후 초기 우주는 급속도로 팽창함에 따라 뜨거웠던 열기도 넓은 영역으로 퍼져 나갔고, 그 결과 우주 공간의 온도는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 이론이 개발되기 한참 전인 1940년대에 물리학자들은 공간이 팽창함에 따라 기세가 누그러진 원시 우주의 열이 온화한 빛으로 변하여, 오늘날에도 우주 전역을 가득 채우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창조의 잔광 혹은 우주배경복사라고 불리는 이 빅뱅의 잔해는 한동안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다가 1960년대에 벨연구소의 아르노 펜지아스와 로버트 윌슨에 의해 발견되었다. 인플레이션 우주론은 20세기 초에 개발된 양자역학을 도입하여 우주배경복사의 분포를 더욱 정확하게 계산했다. 전자 수준의 미시세계의 입자들의 운동이 우주적 규모에 어떻게 도입된다는 말인지 궁금하다. 인플레이션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양자적 효과는 1927년에 독일의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발견한 양자적 불확정성 원리이다. 이는 우주론에서 인플라톤장에 의한 공간의 팽창을 설명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인플라톤장(초기 우주의 급팽창을 일으키는 가상의 스칼라장) 값이 모든 공간에서 균일하지 않다. 그런 이유는 양자적 불확정성 때문에 약간의 차이를 보이게 된다. 고전적인 균일함에 불확정성의 결과인 양자적 요동이 더해지면서 장의 값(에너지의 값)이 조금 커지거나 작아지는 것이다.

이렇게 인플레이션 팽창이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이 작은 차이가 공간을 가로질러 넓게 퍼지면서 주변보다 조금 더 뜨겁거나 차가운 지역이 생겨났지만 온도차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물리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에 거스가 제안했던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가상의 에너지장'을 포함시키고, 여기에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적용하여 초기 우주를 설명한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수학적으로 분석하여 지역에 따른 온도 차이가 마치 화석처럼 특별한 패턴이 남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고성능 온도계가 탑재된 관측위성을 통해서 밤하늘의 정확한 온도 분포를 측정했고, 여기서 얻은 데이터는 분석 결과와 거의 정확하게 일치했다. 이로써 자연을 서술하는 수학의 능력이 다시 한번 입증되었다. 

이렇게 빠르게 팽창한 우주도 처음에는 하나의 점으로 무질서도가 매우 낮고 안정된 상태였을 것이다. 즉, 초기 우주는 현재 우주보다 엔트로피가 낮았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초기 우주가 왜 저-엔트로피 상태였는지가 궁금하다. 우주론학자들이 생각해낸 시나리오 중 하나는 초기 우주가 극도로 혼란스럽고 역동적이어서, 공간을 가로지르는 인플라톤장의 값이 끓는 물의 표면처럼 격렬하게 요동쳤다는 것이다. 요란하게 물결치는 인플라톤장이 작은 영역에서 균일한 값을 획득하여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려면 끓는 물에서 갑자기 평평해진 표면이 생기는 경우보다 훨씬 기막힌 우연이 자주 일어나야 한다. 이 특별하고 질서 정연하고 엔트로피가 극도로 낮은 균일한 배열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한 물리학자는 한시도 마음이 편할 수 없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시간에서 답을 찾고 있다. 충분히 오래 기다리면 발생 확률이 아무리 낮은 사건도 결국은 일어난다라는 것이다. 인프라톤장의 값이 둘쭉날쭉한 혼돈 속에서도 언젠가는 작은 영역 안에서 장의 값이 균일해질 수도 있다. 이런 기막힌 우연이 발생하면 질서가 창출되고 엔트로피는 감소하지만 통계적으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작은 영역에서 인플라톤장의 값이 균일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행운이 찾아온 순간 빅뱅이 촉발되어 공간이 팽창하고 우주적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공간의 작은 영역이 한참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통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저-엔트로피 상태에 놓여서 밀어내는 중력이 가동되고, 그 결과 우주는 급격하게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빅뱅이다. 

빅뱅 직 후 10억 x 10억 x 10억분의 1초 사이에 밀어내는 중력이 작용하면서 작디작았던 영역이 오늘날 관측 가능한 우주보다 훨씬 큰 큐모까지 팽창했다. 공간은 여전히 인플라톤장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향후 아주 짧은 시간동안 이 상태도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팽창하는 비누 거품의 표면에 저장된 에너지처럼, 인플라톤장으로 가득 찬 채 팽창하는 공간의 에너지는 극도로 불안정하다. 비누 거품이 터지면서 에너지가 비눗방울 안개로 변하듯이, 인플라톤장도 결국 '터져서' 에너지가 입자 안개로 변했다. 이때 형성된 입자는 우리가 알던 입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몇 분이 지난 후, 우주 전역에서 입자의 반응이 빠르게 진행되어 원시 욕조가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 등 우리에게 친숙한 입자로 가득 차게 되었다. 암흑 물질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빅뱅이 일어나고 아주 짧은 시간 만에 우주는 뜨겁고 균일한 입자의 안개로 가득 찼고, 이들은 팽창하는 공간을 따라 넓게 퍼져나갔다. 

인플라톤장의 양자요동은 빅뱅의 잔광에 국소적인 온도 변화를 초래했고, 인플레이션이 끝날 무렵에는 입자의 밀도도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즉, 인플라톤장의 값이 완벽하게 균일하지 않고 거의 균일했다는 뜻이다. 이 변화는 다음 단계인 별과 은하의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주변보다 밀도가 조금이라도 높은 지역은 조금 강력한 중력을 행사하여 많은 입자를 모을 수 있게 되었고 입자가 모여들 수록 중력이 더욱 강해지면서 더 많은 입자를 모으게 되었다. 이를 중력 눈덩이 효과라고 한다. 이런 상태로 수 억년이 지난 후, 입자 밀집 지역은 질량과 압력, 온도가 엄청나게 높아져서 자체적으로 핵반응을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양자적 불확정성이 인플레이션에 의해 확대되고 중력의 눈덩이 효과로 인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어두운 공간에 빛나는 점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빅뱅 이후 시간이 탄생했고 무질서로 가는 길에서 별이라는 질서 정연한 구조물이 생겨났다. 무질서 흐름 속에서 질서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알아보자.

항성은 엔트로피 증가와 중력의 균형으로 유지되고 있다.

  엔트로피는 증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흘러가는 길에는 장애물이 존재하며 이를 넘어야 고-엔트로피로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고-엔트로피 촉매가 되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가솔린 엔진에서 점화플러그를 예로 들 수 있다. 압축되면서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점화플러그의 불꽃으로 폭발하면서 고-엔트로피에 급격히 도달하게 된다. 이런 반응은 화학 결합이 급속도로 재배열되면서 생성된 에너지인 셈이다. 화학결합에 관여하는 힘은 중력도, 핵력도 아닌 전자기력이다. 양전하를 띤 양성자가 음전하를 띤 전자를 잡아당기면서 원자들이 모여 분자가 형성된다. 조용하게 섞여있던 기체 분자가 결합을 깨고 격렬하게 폭발한 뒤 새롭게 결합하는 모든 과정이 전자기력의 도움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일상 생활 속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대부분의 과정은 이런 경우에 속한다.

지구에서는 쉽게 접할수 없지만, 우주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과정은 종종 중력과 핵력을 통해서 일어난다. 그리고 전자기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중력과 핵력을 통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과정에서도 장애물이 존재할 수 있다. 이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법은 매우 미묘하면서 우리의 주제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별과 행성, 그리고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은 중력과 핵력이 우주를 고-엔트로피 상태로 밀고 가도록 유도하는 자연의 일꾼이었다. 그 중 중력은 자연에 존재하는 4가지 힘중에서 가장 약한 힘이다. 그러나 물질이 뭉치고 뭉치면 그 힘은 가히 놀랍도록 강해진다. 만약, 거대한 기체 구름에 중심부 근처에 있는 분자가 당신이라고 가정해보자. 중심에 가까울수록 그 분자는 더욱 강한 중력을 느낄 것이다. 중력은 거리가 가까울수록 강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름의 테두리에 있을 때보다 중심부에 가까운 곳에 있을 때 중심 쪽으로 더욱 강하게 끌려간다. 분자는 기체 덩어리 중심부를 향해 추락하면서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온도는 높아진다. 기체 구름이 중력에 의해 안으로 수축되면서 부피가 작아지고 뜨거워지는 것이다. 수축된 기체분자들은 서로간 거리가 짧아진 만큼 부딪힐 기회가 많아짐으로 온도는 더욱 상승하게 된다. 그런데 이 거대한 기체 구름도 열은 뜨거운 중심부에서 차가운 변두리 쪽으로 흐른다.

열은 중심부에서 외부로 흘러가지만 중심부는 중력에 의해 점점 더 뜨거워지고 변둘는 점점 차가워진다. 만약 가스구름 주변에 있는 분자들이 중심부의 열을 흡수하면 추가된 에너지에 의해 구름이 더 크게 팽창하고, 바깥쪽으로 움직이는 분자는 안으로 당기는 중력의 영향을 받아 속도가 느려진다. 그래서 팽창하는 가장자리는 온도가 올라가지 않고 내려가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중심부는 열을 가장자리로 방출하면서 에너지가 감소하고 부피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중심부로 다가오는 분자는 중력과 이동 방향이 같아서 속도가 더욱 빨라지기 때문에, 수축하는 중심부의 온도는 내려가지 않고 올라가게 된다. 이때, 중심부가 수축되어 온도가 올라가면 더 많은 열이 차가운 변두리로 흐르고, 그 결과 중심부는 더욱 작게 수축되어 온도가 더 올라간다. 반면 열을 흡수하게 된 변두리는 더 크게 팽창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차가워진다. 이런 식으로 중심부와 변두리의 온도 차가 커질수록 더 많은 열이 흐르면서 점점 이 과정이 격렬하게 진행될 것이다. 다른 요인이 개입되거나 환경이 변하지 않는 한, 이 같은 자기 증폭 과정은 끊임없이 계속 될 것이다. 그러다가 기체 구름 중심부의 온도와 압력이 임계점을 넘으면 핵융합이라는 물리적 과정이 시작되면서 자기증폭 과정이 종료된다. 

중력의 작용과 항성의 핵융합 반응, 출처 : star formation

그것이 바로 태양의 핵융합이다. 태양의 중심부에서는 수소끼리 엄청난 압력으로 뭉쳐지고 있다. 핵융합은 원자 집단의 온도와 밀도가 충분히 높을 때 원자핵에 변화를 초래하는 현상으로 원자 중심부의 핵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다. 이렇게 깊은 단계에서 원자핵이 융합되면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입자의 속도가 빨라지고, 이로부터 외부로 향하는 압력이 생성되어 안으로 향하는 중력과 균형을 이룬다. 핵융합때문에 중력으로 인한 수축이 중단되는 것이다. 별의 중심부는 온도가 상승하면 엔트로피가 증가하지만, 이와 동시에 부피가 줄어들면서 엔트로피가 감소한다.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과정과 감소하는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심부의 기체는 수축되어 엔트로피는 감소하고 주변부 기체들의 부피가 커지면서 엔트로피는 증가하고 온도는 떨어지면서 엔트로피는 감소한다. 그런데 열역학 제2법칙을 고려해보면 엔트로피 총량은 증가하는 것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중심부의 엔트로피 감소보다 변두리의 엔트로피 증가가 더 많다.  

우주에서 중력의 역할이 미미했다면 분자는 넓게 퍼져나가고 에너지는 모든 지역에 골고루 할당되며 엔트로피는 전체적으로 증가했을 것이다. 우주는 별다른 특징 없이 차분하고 조용하게 얼어붙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력의 역할이 두드러진 경우 물질의 양이 많음으로 이곳 저곳에서 뭉치고 흩어짐을 반복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핵력도 중력처럼 열역학 제2법칙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원자핵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면 질량이 더 크고 구조적으로 복잡한 저-엔트로피 원자핵이 생성된다. 이 과정에서 질량의 일부가 에너지로 전환(E=mc^2)되는데, 대부분은 별의 내부를 태우거나 빛의 형태로 방출된다. 주변 환경의 엔트로피 증가량이 내부의 엔트로피 감소량보다 많기 때문에 총 엔트로피는 증가하고 열역학 제2법칙도 만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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